주말 줄이 짧아지자, 커피 맛을 챙길 시간이 생겼어요

볕드는 커피서울 마포구 망원동카페·베이커리

볕드는 커피 한지우 사장님
주문 받는 손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요
볕드는 커피 한지우 사장님

혼자 여는 카페의 주말

망원시장 골목 끝, 오후 햇볕이 길게 들어오는 자리에 볕드는 커피가 있어요. 한지우 사장님은 4년째 이곳을 혼자 운영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동네 손님이 한 명씩 들어와 여유가 있지만, 주말 점심이면 산책 나온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요.

"주문을 받고, 결제하고, 커피를 내리고, 다시 주문을 받는 걸 혼자 하다 보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제일 속상했던 건 줄이 길어서 그냥 돌아가시는 손님을 볼 때였어요."

볕드는 커피 매장 모습

계산대 옆에 작은 키오스크를 하나 더

사장님이 처음 고민한 건 대형 키오스크였어요. 하지만 열두 평 매장에는 세워둘 자리도 없었고, 수백만 원의 비용도 부담이었죠. 그러다 이미 쓰고 있던 카운터 단말기를 키오스크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계산대 옆 창가 선반에 단말기를 한 대 더 두고 키오스크 모드로 켜뒀어요. 손님들이 휴대폰 쓰듯 메뉴를 고르시더라고요. 처음엔 연세 있는 손님들이 어려워하실까 걱정했는데, 사진이 커서 오히려 편하다고 하세요."

주문이 두 곳으로 나뉘자 계산대 앞 줄은 눈에 띄게 짧아졌어요. 사장님은 주문을 받는 대신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해요.

픽업 주문이 만든 '보이지 않는 줄'

평일 아침에는 출근길 손님이 많아요. 사장님은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픽업 주문 링크를 걸어두었어요. 손님이 걸어오는 동안 주문이 먼저 들어오고, 준비가 끝나면 알림톡이 자동으로 나가요.

"아침 8시대에 들어오는 주문의 절반쯤이 픽업이에요. 매장 안에는 줄이 없는데 주문은 계속 들어오니까, 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간 느낌이에요. 바쁠 때는 준비 시간을 15분으로 늘려두면 무리하지 않고 받을 수 있어요."

단골을 알아보는 3초

볕드는 커피 손님의 대부분은 동네 주민이에요. 적립을 하면 결제 화면에 손님의 최근 방문일과 자주 마시는 메뉴가 떠요.

"'오늘도 오트라떼 연하게 드릴까요?' 하고 먼저 여쭤볼 수 있게 됐어요.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손님이 저를 기억해주는 만큼 저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죠. 한동안 안 오신 손님께는 '오랜만이에요' 쿠폰이 자동으로 나가는데, 그 쿠폰을 들고 다시 오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사장님은 올가을 원두 구독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선불권으로 판매하고, 원두를 가져갈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 카페는 사장이 지치면 끝이거든요.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맡기고, 저는 커피랑 손님한테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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